July 22, 2020
2020년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세상 속에서 살았다. 곧 포항에 가게 될 줄 알고 싸두었던 내 짐들은 여름이 되도록 결국 풀지 못했고 결국 그대로 친누나의 옷방에서 3개월을 지내게 되었다. 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인데, 몇 개월을 혼자 지내다보니 외로움이 많이 느껴졌다. 큰 과제를 끝내고 이 기쁜 마음을 나눌 사람도, 너무나 힘들었던 순간에서 이 힘듦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내 4년간의 한동생활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노력이 없었다는 것을 많이 실감했다.
그래서 방학에 포항에서 주변사람들과 관계를 쌓아가보려고 정말 노력했다. 자유학교 수업이 끝나면 같은 요일 선생님들이랑 카페도 가고, 편지를 써서 내 생각들과 마음을 표현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몇몇 관계들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언택트 세상에서 컨택트의 참 기쁨을 늦게나마 알게되어 감사함으로 방학을 마무리 한다.
“3학년 공부가 힘들어서 사망년이다”, “진짜 힘들어서 잠도 못잔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사실 엄청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안힘들지는 않았다.. 내가 울보라는건 세상사람들이 다 알지만 지난 학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운 적도 있다ㅋㅋㅋ 그래도 나는 학기가 지나면 지날수록 컴퓨터를 공부하길 잘했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지난학기도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과 같은 핵심 과목들을 배우면서 어렵지만 이 지식이 내 지식이 되어가는 것에 큰 희열을 느꼈다. 사실 블로그에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며 올리기 시작한 것도, 내 지식이 이 만큼 쌓였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이게 하고 싶은 생각이 컸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최근에 1학기에 올렸던 정리글을 돌아볼 때 참 열심히 했다는 생각과 함께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렇지만 1학기에 들었던 알고리즘 수업은 나를 너무 고통스럽게 했다. 알고리즘 수업은 내가 정말 재미있어하고 시간도 가장 많이 쏟은 과목이었는데, 중간고사를 보고 최악의 성적(60여명 중에 뒤에서 5등 정도 했다.)을 받은 뒤에 내 노력이 무언가 잘못되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공부를 하면서 내가 쏟은 노력과 성적이 항상 비례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하면 된다 라는 어떤 믿음과 신념이 있었는데, 그게 완전히 깨지는 기분이었다. 몇 주간 이 우울감 때문에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다가 그래도 포기하기 싫어서 그냥 내 페이스대로 계속 해가니 과제 성적과 기말고사 성적은 내가 생각한 대로 나왔다. 최종 성적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래도 하면 어떻게든 되더라 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제 슬슬 내 진로를 결정할 때가 왔다. 다른 사람들은 1, 2학년 때 미리 진로를 정해두고 준비한다던데, 나는 방황의 방황을 거치며 이제서야 진로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는 지난 학기에 수강한 모바일 앱 개발 수업이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내가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걸 즐기고 내 손으로 만든 결과물들을 지켜보는 것에 큰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내가 만들고 싶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나를 가장 고민하게 하고 또 즐겁게 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를 더 편하게 할까? 라는 질문이었다.
단순히 어플리케이션의 주요 기능이 문제가 아니라 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사용자가 겪을 불편함이나 편의성을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고 그 해결책을 만들어 설계와 구현에 시간과 노력을 쏟는 일이 재미있었다. hisShow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때도 최초 설계에서는 사용자가 좌석번호를 입력하게 하고, 홈페이지에서는 공연의 관람일 정도만 확인할 수 있게 했는데 생각하다보니까 이걸 불편해서 누가 써? 라는 질문이 들었다. 그래서 홈 화면에서는 남은 좌석의 수를 표기해서 사용자가 예약페이지까지 애써 들어가지 않아도 남은 좌석 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예약시에는 아이콘을 클릭해서 원하는 좌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 속에서 밤도 새고 로직도 뜯어고치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최종적으로 기능들이 구현되었을 때는 그래 이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들을 거치면서 나는 사용자에게 보여지고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화면과 기능들을 만드는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냥 프론트엔드가 아니라 프론트엔드 엔지니어가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우리 학부의 홍갓으로 불리는 교수님께서는 학부생들이 공부가 어려워서 프론트엔드로 간다고 하시면서 대차게 까(?)신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그냥 단순하게 웹페이지를 뚝딱뚝딱 만드는 일은 학부까지 올 필요도 없이 너무나 간단하다. 하지만 공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단순이 코딩을 하는 코더 가 아니라 큰 그림을 보고 자동화와 최적화를 고민해야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프론트엔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은 나도 추상적이고 막막하게 가지고 있지만, 이쪽을 계속 공부해가면서 구체화 시켜보자.
나는 2015년부터 8학기동안 교육봉사 동아리이자 포항시 대안교육기관인 청소년 자유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유학교를 하지 않는 학기가 상상이 잘 안될정도로 내 한동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학기는 자유학교에서 보직 이라고 불리는 임원단 중 한명이었는데, 동아리에서는 부회장, 학교에서는 교무과장에 해당하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리더십에 자리에서 코로나 상황에 대응하고, 학생들과 동료선생님들을 지지하는 일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참 감사했던 것은 함께 리더십에 있었던 동료들이 큰 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낯가림이 엄청 심한 나에게 계속 먼저 나가와주고 특유의 발랄함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주던 총무과장 ㅂㅅㅂ, 언제나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던 교무부장 ㅇㅇㄴ, 나를 귀엽다고 해주는 귀여운 친구인 연구과장 ㅈㅎㄱ, 내가 참 닮고싶은 선생의 모습을 지닌 학생과장 ㅈㄱㅊ, 입 꾹 닫고 열심히 회의내용을 작성해주면서 힘든 티 한번 안내던,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고 고마웠던 서기 ㅈㅇㅈ, 마지막으로 정말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포인트들을 딱 집어주는 믿음직스러운 협력과장 ㄱㅈㅇ 까지. 8월 검정고시에 학생들을 보내고 차안에서 펑펑 눈물을 쏟던 이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위로의 말들을 건네고 싶지만 차마 입 밖으로 그런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아 더 모질게 굴었던 내가 후회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이 친구들을 만나 포항의 청소년들을 위해 열정을 쏟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나중에 꼭 스튜디오에서 다 같이 사진찍을거야.
방학에는 본격적으로 졸업연구를 시작했다. 우리 팀의 주제는 Automatic Program Repair 에 대한 연구로, 버그 코드를 자동으로 수정해주는 기술을 연구하는 일이다. 처음 랩실에 들어온 이유가 개발자를 돕는 개발자 라는 문구에 가슴이 셀렘을 느꼈기 때문이었는데, 이 연구가 쉽지는 않지만 정말 개발자들의 위한 연구임을 점점 더 깨닫고 의미가 있음을 느끼고 있다.
연구가 정말 쉽지는 않다. 수십편의 논문을 읽는 것은 정말 재밌지만, 나만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을 가지고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일이 참 막막하고 걱정이 된다. 그래도 같이하는 연구 파트너가 개인적으로 너무 잘 맞고, 능력이 있는 친구라서 즐겁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방학이 잘 마무리되고 다음주에 시작하는 학기 중에 공학프로젝트기획 이라는 수업의 결과로 1차적인 졸업연구의 결과물을 내야하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